The Pink Road: When penguin met rabbit
2026.09.08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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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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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안앤코는 김현이 작가의 개인전 《The Pink Road : When penguin met rabbit》을 선보인다.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작가가 오랫동안 품어온 질문, '서식지가 달라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존재들이 만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에 대한 가장 깊어진 대답이다. 김현이는 그동안 이질적인 동물들을 한 화면에 불러 모아 타자(他者)와의 조우,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오해와 이해의 순간들을 그려왔다. 종이 위에 수채 물감을 겹겹이 쌓아 올려 색의 밀도를 만들고, 아크릴로 세부를 정교하게 다듬는 특유의 기법은 이번 신작에서도 몽환적이면서 따뜻한 화면을 완성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색의 변화다. 이전 작업의 노란색이 물러난 자리에 분홍색 길이 펼쳐진다. 작가에게 분홍은 서로 다른 존재가 처음 마주하고, 낯섦과 오해를 지나 결국 믿음에 닿는 과정—그 관계의 온도를 담아낸 색이다. 전시장은 이 분홍빛 길을 따라 걷는 하나의 여정으로 펼쳐진다.

 그 길 위에서 만나는 것은 죽은 엄마를 찾아 먼 여행을 떠나온 펭귄과, 따뜻한 곳에 살며 바다를 본 적 없는 토끼다. 영혼의 숲과 문어의 지혜를 아는 '믿는 마음'의 토끼와, 쉽게 믿지 못하고 끊임없이 확인하는 '의심하는 마음'의 펭귄. 그러나 둘 모두 엄마를 찾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토끼는 길잡이가 아니라 같은 상처를 품은 아이가 되고, 두 존재는 상처를 나누며 서로의 살아갈 이유가 되어간다. 토끼가 건네는 "가장 보통의 시간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과, 펭귄이 마침내 깨닫는 "우리는 헤어진 적이 없다"는 말은 이 여정이 도착하는 자리다.

 화면 곳곳의 상징들은 이 서사를 완성한다. 별, 그중에서도 시리우스는 사라지지 않는 시간과 사랑, 영원을 의미하고, 토끼의 말 속에서만 등장하는 문어는 가장 깊은 슬픔과 기억 속에서 만나는 진실을 상징한다. 화면을 떠도는 장난꾸러기 동물 영혼들은 우리가 아직 놓지 못한 마음이자, 살아 있는 이들이 슬픔을 견디도록 곁을 지키는 존재다. 작가가 가장 오랜 애정을 쏟은 100호 대작에서 토끼의 털 한 올 한 올 사이로 떠오른 별들은, 이제 엄마를 찾기 위한 표지가 아니라 두 존재가 함께 지나온 시간 그 자체를 비춘다.

 김현이가 말하는 '영혼의 질감'은 초자연적인 것이 아니다. 젖은 털의 온기, 심장 소리, 축축한 풀, 밤하늘의 별빛처럼 사랑했던 이와 함께한 시간 속에 남은 구체적인 감각이다. 그 감각이 우리 안에 남아 있는 한 만남은 사라지지 않으며, 슬픔을 이기는 힘은 거창한 기적이 아니라 별을 바라보고 산책을 하는 보통의 하루를 살아내는 일 속에 있다.

 루안앤코는 4년 만에 돌아온 김현이의 세계가 상실을 겪은 모든 이에게 건네는 다정한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이번 전시가 관람객으로 하여금 사랑했던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리고 자신만의 '영혼의 질감'을 가만히 떠올려보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현이

김현이 작가의 작품에는 존재들의 초현실적인 만남이 있다. 각자의 삶의 방식과 환경에 익숙한 존재들의 부자연스러운 소통의 장이다. 해석의 주체가 되는 청자들만이 가득한 세계는 동물이 주인공이지만 곧 현대 사회에 대한 은유이며 직시이다. 하늘을 날고 있는 돌고래와 사막에 서 있는 오리가 우주에 있는 모습은 유머와 내러티브를 동시에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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